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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추장의 연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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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최재천



환경론자 시애틀 추장 연설의 진실은?

책읽는 즐거움 2009/02/04 08:00 최재천

물신주의를 비판하는 시애틀 추장의 편지가 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도 즐겨 애용하시고, 류시화 선생께서 펴낸 책에도 실려 있고, 저도 그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수차례 글에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려있는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대는 꿀벌 한 마리까지도 우리의 기억과 가슴 속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것들이다. …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 우리가 대지를 팔아야 한다면,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그 공기 또한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것임을,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공기이며, 모든 아침마다 우리가 맞이하는 것도 그 공기다. 바람은 나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과 마지막 숨을 주었다. 그 바람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생명을 불어다 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게 속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안다." 
           ▲ 시애틀 추장 

그런데 이 연설의 진실이 사실과 다르다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충격입니다만, 한번 요약해 보았습니다. 

“백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시애틀Seattle이라고 이름을 고쳐 부른 수콰미시족의 세알트Sealth 추장은 결국 미합중국 정부에 자신들의 땅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거부하면 백인들은 강제로라도 이 땅을 빼앗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시애틀 추장의 아버지인 슈웨아베 추장 시설에 두와미시족과 수콰미시족이 사는 땅으로 들어와 살았다. 그들은 서로 평화롭게 잘 지냈다. 

… 이렇듯 인디언과 백인 입주민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이웃하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랭클린 피어스 미 대통령의 요구가 인디언들에게 통보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땅을 팔고 퓨젓사운드 만의 한 섬에 있는 보호구역으로 이주하라는 것이다. 시애틀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1854년 12월 아니면 1855년 초였을 것이다. 시애틀 추장은 매각 협상 막바지 무렵에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연설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없고, 아이작 스티븐스 주지사만 참석한 자리였다.” 

연설자료는 오직 하나밖에 남아있진 않습니다. 인디언 말을 할 줄 안다는 헨리 A. 스미스 박사가 추장의 드와미시어 연설을 받아 적은 자료입니다. 연설내용은 실제 연설이 있었던 날로부터 33년이 지난 1887년 10월에야 언론에 공개됩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는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생태학적 경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로 인디언 부족의 슬픈 이별을 노래하고, 인디언의 생존을 걱정합니다. 물론 땅과의 연대성은 강조됩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러 1960년 윌리엄 애로스미스라는 교수가 연설문을 수정합니다. 이때까지도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수는 없다는 것을” 부분은 없었습니다. 

1970년대 초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홈(home)'에서 다시 한번 변용을 거친답니다. 여기서도 앞의 문장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방송을 계기로 시애틀 추장은 환경운동의 대변자로 끌어올려졌습니다. 방송작가 테드 페리의 작품입니다. “땅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의 일부”라는 말도 페리가 지어낸 말입니다. 그러다가 환경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끌게 되고 텍스트의 변용이 다시 한번 있게 됩니다. 마침내 새로운 버전이 나타납니다. 앞의 문장입니다. 이 버전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1970년대 초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앞의 유명한 문장은 그린피스의 스티커와 캠페인에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집니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런데 시애틀 추장이 정말 무슨 말을 했는지, 실제로 그런 연설을 하기는 했는지를 두고 1990년대 초에 비판적인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지도자들도 그런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후 이 유명한 금언에 대한 새로운 설명들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이것이 크리족 인디언의 예언이라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혹여라도 읽는 분들을 실망시킬까봐 걱정됩니다만, 그래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놓아야 할 것 같아서 적어놓았습니다. 

"인디언 영토의 양도와 관련해서 미국 정부의 두와미시 부족 사이에 맺은 포트 엘리엇 조약 이후 곧 인디언 봉기가 일어났다. 3년 간 지속된 반목과 적대 행위 속에서 시애틀 추장은 한결 같이 백인 주민들 편에 섰다.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1866년 노아 시애틀이라는 이름으로 여든 살의 일기를 마감했다." 

이상은 헬게 헤세 (Helge Hesse)란 분이 쓰고, 박종배 님이 옮긴 북스코프 출판사의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297~302면에 나와 있는 이야기입니다.  

                                                 ▲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헬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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