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를 잃었으나 나를 얻었잖아요"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다리를 잃은 미군
중위와 명문 예일대 출신 여성 컨설턴트의 '러브 스토리'가 감동을 주고 있다.
사랑과 동정을 혼동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은 기우였을 뿐이다. 젊은 남녀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육군 중위 출신 댄
버스친스키(27)와 레베카 테이버(25)의 사랑 이야기를 9일자 1면에 톱기사로
소개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댄이 아프간 배치를 2주 앞두고 있던 2009년 6월. 댄은 친구
소개로 만난 레베카에게 첫눈에 반했다. 레베카도 댄에게 좋은 감정이었으나 앞날을
기약할 정도로 확신은 없었다. 댄은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책임감
강한 장교였다. 당시 워싱턴 시내 U스트리트의 한 술집에서 레케바가 "전투가 겁나지
않느냐"고 묻자 댄은 "내가 실수를 해서 부대원들에게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레베카도 예앨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서 근무하는 재원이었다. 매킨지는 매년 미국 최고 대학 출신 중에서도
극소수 학생만 뽑기로 소문난 회사다. 예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레베카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탈리 포트만'을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 정도로 미모도 빼어나다.
댄은 파견 계획이 바뀌어 이틀만에 전장으로 떠나야 했다. 점심 시간 무렵 레베카의
휴대전화기에 문자메시지가 떴다. '당신으로 인해 내게 살아 돌아와야 할 다른
이유가 생겼다.'(Yου've given mе a nеw motivation fοr nοt getting blown
up)
레베카는 7월19일 댄이 아프간에서 보낸 첫 이메일을 받았다. 댄은 인터넷 카페와
TGI프라이데이, 자체 버스 시스템을 갖춘 칸다르 지역 미군기지에 대해 "웃기게도
불쌍한 사람들을 살해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정작
'불쌍한' 주인공은 댄이었다. 꼭 한달만인 8월19일 지뢰를 밟은 것이다. 댄은 허리
아래의 오른쪽 다리와 허벅지 중간 아래의 왼쪽다리를 잃었다. 레베카는 큰 절망에
빠져 있을 댄을 위해 매일 이메일을 보내 일상을 소개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공간을
초월해 더욱 깊어졌다. 레베카는 다리를 잃었으면서도 전장에서 숨진 동료들을
애도하는 댄의 모습에서 더욱 강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한달 뒤 워싱턴
육군병원으로 후송된 댄은 문병 온 레베카에게 "떠난다 해도 미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레베카는 "다리를 보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레베카에게 "동정과 사랑을 혼동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 할 생각이다. 현재 두 사람은 워싱턴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내년쯤 함께 하버드대나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출처 세계일보 입력 201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