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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신동진 기자]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어요. 졸업장을 받게 돼 꿈만 같아요"

올해로 91세가 된 박순삼 할머니는 지난 21일이 평생에 잊지못할 날로 기억됐다. 2년 전우연히 집 근처 초등학교 안내문을 보고 용기를 내 교실 문을 두드린 덕분에 이제는 평생의 한이었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쥔 것이다.

박 할머니는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해 학업 시기를 놓쳤다. 나이가 들어서는 남매를 키우며 먹고 살 걱정에 공부라는 말을 입에 꺼낼 수 조차 없었다. 40대엔 남편을, 70대에는 딸을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던 지난 2011년. 우연히 집 근처의 한 초등학교에서 안내문을 보고 용기를 내 교실 문을 두드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주변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다 늙은 사람이 공부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이 없었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알아나가는 것이 재미있어 공부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박 할머니는 "지금 나이에 공부해서 뭐하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공부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게 되고 생각도 넓어지는 것 같아 말그대로 기뻤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국어, 산수, 영어를 배웠다. 특히 영어란 생소한 글자를 익히는데 힘이 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요상하게 생긴 글자를 한자한자 알아나갈 때 느끼는 기쁨은 공부의 고단함을 한순간에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또 함께 공부했던 백발 동생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박 할머니는 "함께 공부했던 아우님들이 제가 100점, 90점, 80점 등을 받을때마다 최고라고 말해줬어요"라며 "그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91세 박 할머니는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최고령의 나이로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낸 것.

이제 박 할머니의 목표는 중학교 입학으로 정해졌다. 박 할머니는 "그동안 못했던 공부의 한을 풀기 위해 지난 2년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며 "여건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과정 공부도 더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아주 특별한 졸업식에는 박 할머니 외에도 결혼이민여성인 차엉티미융(23)씨 등 총 433명이 초등학교졸업장을 수여받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초등학력 취득이 가능한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 지난해 354명에 이어 올해에는 433명의 학습자가 초등학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초등학교와 지정교육기관에서 공부해 학력인정서를 받는 이번 졸업생들은 50~90대의 장·노년층 여성이 대부분(97%)이며, 다문화 결혼 이민자등 다양한 계층의 만학도들도 포함돼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14년부터 문자해득교육 운영을 중학교 학력인정 과정까지 확대 추진하는 등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글을 몰라서 배움에 대한 설움과 아쉬움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생애 최초의 졸업장'은 배움의 한을 푸는 뜻 깊은 선물로, 매번 감동과 눈물의 졸업식 풍경이 자연스레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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