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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강원 원주
수령 800년 반계리 은행나무 우뚝
소금산 그랜드밸리 레저단지 탈바꿈
절정 치닫는 치악산 구룡사 단풍
소금산 그랜드밸리 코스는 출렁다리부터 시작된다. 모두 578개의 나무 계단을 밝고 올라서면 두 개의 절벽 사이에 놓인 높이 100m의 출렁다리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격자형으로 꾸민 바닥으로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다리가 흔들거려 간담이 서늘해지지만, 기암 준봉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맑디맑은 심상천을 먼 거리로 감상하면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금산 정상 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정원’ 덱이 있고, 이어서 곧 개장되는 소금잔도와 전망대, 울렁다리가 차례로 나타난다. 소금산 정상부 바로 아래 200m 높이의 벼랑을 끼고 도는 소금잔도(363m)는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유리잔도 못지않게 아슬아슬한 길이다. 현재 막바지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소금잔도를 건너면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암벽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린 듯한 전망대 자체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데, 360도로 주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는 게 아찔해 가슴이 울렁거린다는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보다 2배 더 긴 404m로 국내 최장 보행 현수교로 기록된다. 울렁다리를 건너면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올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건설로 원주가 군사도시라는 옛 이미지를 탈색하고 완벽한 문화관광도시로 태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는 특별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 바위를 배경 삼아 조성된 미디어파사드 공연장에서는 밤마다 ‘나오라쇼(Night of Light Show)’가 펼쳐진다. 가로 250m, 세로 70m 크기의 자연 암벽에다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입체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현재 원주의 대표적인 보은 설화인 ‘은혜 갚은 꿩’을 소재로 한 영상물과 최대 60m까지 쏘아 올리는 형형색색의 음악분수 쇼가 펼쳐지고 있다.
먼저 치악산자락의 구룡사 단풍은 한창 물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구룡사 사천왕문 옆에 들어선 수령 200년인 은행나무가 노란 잎으로 가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인 단풍은 구룡사를 지나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얽혀 있는 구룡소에서 2단 폭포로 유명한 세렴폭포까지는 경사가 거의 없어 산책을 하듯 단풍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구룡사지구의 단풍은 산 정상과 아래에서 동시에 단풍이 들기 시작해 산의 중턱에서 마지막을 치장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한편 1400년의 역사를 지닌 구룡사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단풍과 대조돼 돋보인다. 사찰 건물 내 대부분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뮤지엄산은 휴식과 명상을 원하는 이들을 배려한 ‘명상관’과 ‘제임스터렐관’을 따로 갖추고 있다. 특히 빛과 공간을 이용하는 설치미술가이자 심리분석가인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오감을 뛰어넘어 육감을 자극하는 듯하다. 영성을 중시하는 퀘이커교도인 그의 작품 공간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인체의 백회(정수리 부분)와 인당(양 눈썹 사이), 그리고 내면의 자아가 깨어나는 듯한 자극을 받게 된다. 예술을 통한 명상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치악산 자락의 단풍과 뮤지엄산의 단풍을 모두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원주의 상징인 치악산 산행도 해볼 만하다.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고 소문난 치악산 산행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산 아랫자락을 연결한 둘레길(전체 11개 코스 139.2km)이 올해 6월 개통됐다. 이 중에서도 마지막 제11코스(한가터길 9.4km)는 길이 평탄해 산책을 하듯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야자 매트를 깔아놓은 길을 걷다 보면 잣나무 숲과 화전민이 살던 터 등을 볼 수 있고, 저 멀리 원주가 성장하는 도시임을 알리는 원주혁신도시 등이 내려다보인다.
글·사진 원주=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