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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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년 전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지율에서 바이든이 클린턴보다 더 많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바이든은 대선을 한 달 남긴 시점부터 주요 조사에서 50% 안팎 지지율로 트럼프를 10%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반면 2016년 10월 클린턴은 트럼프를 3~4%포인트 정도 앞섰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이든이 클린턴만큼 유권자의 ‘미움’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론조사회사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2016년 대선 3개월 전 클린턴은 비호감도가 43%였으나, 현재 바이든의 비호감도는 35%이다. 부동층 사이에선 비호감도가 클린턴 51%, 바이든 31%로 더욱 벌어진다.

2016년 대선에 나온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2016년 대선에 나온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뉴욕타임스가 18일(현지 시각) 클린턴에겐 투표하지 않았지만 올해 바이든을 찍을 예정이라는 부동층 유권자를 집중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클린턴은 뭔가 불편했다”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에 대해선 “바이든은 부족해 보여도 밉지는 않다” “나와 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상원의원·국무장관 등 화려한 정치 경력을 쌓은 엘리트 기득권층 이미지가 강했다. 제조업 침체로 소외된 미시간·위스콘신주 같은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선 가뜩이나 글로벌 엘리트에 대한 공포가 심한데 클린턴은 이런 곳이 민주당 텃밭이라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2020년 조 바이든의 비호감도 비교. 전체 유권자에서 바이든 35% 대 클린턴 43%이고, 부동층 유권자 중에선 이 수치가 31% 대 51%로 더 크게 늘어난 것을 나타낸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2020년 조 바이든의 비호감도 비교. 전체 유권자에서 바이든 35% 대 클린턴 43%이고, 부동층 유권자 중에선 이 수치가 31% 대 51%로 더 크게 늘어난 것을 나타낸다.

반면 바이든은 상원의원·부통령을 지냈지만 풍모와 말투에서 서민 이미지가 강해 ‘이웃집 아저씨’로 불린다. 실제 고향인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중서부의 저학력 노동자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율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트럼프가 클린턴을 “위선자” “적폐”라고 공격하면 사람들이 공감했지만, 바이든에겐 똑같은 공격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분노’가 4년 전 클린턴을 향했다면, 올해는 트럼프를 향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에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화가 날 것 같냐”고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2016년 46%에서 올해 31%로 줄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에게 “트럼프가 당선되면 화가 날 것 같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이 2016년엔 42%였지만 올해 54%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