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 Flight

by 관리자 posted May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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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얼룩말이 사자보다 오래사는 이유: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맹수에 쫓기면서도 잘 사는 이유

사자 10년, 얼룩말 35년이 평균 수명

김혜인 기자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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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24시간 긴장을 풀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되도록 대인접촉을 피하는 것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회사에 출근해서도 동료들과 대화가 부담스러워지며, 퇴근 후 집에 와서도 피로와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근하기 전부터 긴장성 두통이 일어난다거나, 아직 시원한 날씨인데도 후즐근하게 땀이 난다거나 자주 근심걱정과 불안 초조한 감정 상태에 빠지며, 때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상황. 편안해야 할 주말에도 마음이 편치 못하고 낮잠도 잘 못자는 상황. 요즘 이런 경향이 많다면 당신의 심신은 ‘투쟁-도피’ 모드에 빠져있는 것이다.   

TV 프로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맹수들이 먹이 사냥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한 무리의 얼룩말들이 사자에게 쫓기고 있다. 놀란 얼룩말들은 사자가 추격을 포기할 때까지 죽어라고 달린다. 일단 위험이 지나가면 얼룩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헐떡거리던 숨을 고른 뒤 다시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이것이 바로 동물의 세계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은 낯선 적이 출현하거나 위협을 감지할 때 심리적·생리적으로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을 보인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며 거기에 맞게 몸을 최적화시킨다. 자율신경계의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주도권을 잡아 근육을 긴장시키고 필요한 에너지를 총동원한다. 이른바 ’전투‘ 상황 돌입이다.  

그러나 ’상황‘이 종료되면 교감신경계는 뒤로 물러나고 ’브레이크(brake)'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나서서 이완·평정·휴식을 제공해 몸을 정상 상태로 되돌린다. ‘평화’ 상태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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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에서 초식동물들이 늘 맹수에 쫓기며 살면서도 천수(天壽)를 누리는 이유가 있다. 이런 초식동물들은 사자나 표범 등 맹수에게 쫓겨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화로운 상태 속에서 나날을 보낸다. 심신은 이완돼 심장이나 내장기관, 근육이 필요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더구나 그들은 초식동물이라 먹이 구하는 데 어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맹수들보다 평균 수명이 높다. 아프리카 맹수의 왕 사자의 평균 수명은 10~15년, 표범 20년, 호랑이(시베리아-인도산) 15년 정도인데 비해,  얼룩말 25~35년, 기린 26년으로 훨씬 오래 산다. 초식동물은 아니지만 사자의 훌륭한 먹잇감인 코끼리는 무려 50~70년 사는 장수동물이다.  

동물학자들은 맹수들의 경우 늘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해야 하고 늙으면 먹이를 구하는 게 어려워 수명이 짧은 반면, 초식동물은 한가하게 지내도, 또 늙어도 어느 때나 먹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장수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신경생리학적으로 보면 맹수들은 평소에도 먹이를 찾기 위해 자율신경계의 ‘가속기’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작동해 ‘긴장- 전투’ 모드인 때가 많은 반면, 초식동물들은  브레이크(brake)'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해 ‘이완·평정·휴식’ 모드인 상태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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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수의 비결은 먹이(식량)와 함께, 얼마큼 평소 긴장을 덜하고 평정한 상태로 있느냐에 좌우된다. 적당한 긴장은 육체에 활력을 주지만 과도한 긴장은 육체에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원시 시대 때 인간도 이런 ‘투쟁-도피-이완’본능에 충실했다. 낮에는 수렵-채취 등 고된 육체노동을 한 뒤 밤에는 저녁을 먹고 쓰러져 잤다. 

그러나 문명화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지금 현대인들은 그렇지 않다. 늘 긴장·불안해하고 쫓기며 살고 있다. ‘동물의 세계’와 비교하자면 얼룩말이나 기린이 사자에게 쫓기지 않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숨을 헐떡거리며(흉식호흡) 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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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외부의 큰 위협과, 불안·걱정·창피 등 내부의 작은 스트레스를 구별하지 못하고 똑같이 반응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이나 회사 동료들에게도 때로 ‘긴장’과 ‘위협’을 느낀다. 놀러가서도 회사 일 걱정하고, 밤에 잠도 잘 못 잔다. 24시간이 ‘투쟁-도피’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항상 스트레스 속에 살다보니 육체와 정신은 지치고, 생활의 흥미와 기쁨이 사라진다. 에너지는 한도 초과돼 번아웃(burnout · 소진) 상태로 간다. 자율신경계 역시 평시와 전시를 구분 못하고 헷갈리는 반응을 하다가 결국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이어져 면역계 · 신경계 · 혈액순환계 질병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바로 이같은 현대인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 명상, 요가, 심리요법 등 다양한 심신치유법이 나왔다. 그중에 하나로 신경과학자들은 ‘미주신경(vagus nerve)의 활성화’를 권한다. 

미주신경은 우리 몸 뇌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 심장을 거쳐 창자에까지 들어가는 가장 긴 신경조직이다. 호흡, 소화, 심박수, 각종 감각, 운동신경 등을 관장하며, 투쟁-도피 모드에대한 브레이크 페달로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이다. 

명상과 심호흡은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우리가 ‘투쟁-도피’ 긴장 모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미주신경의 활성화될수록 ‘나는 곧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거야’식 불안에 빠져드는 대신에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주시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높은 스트레스, 수면부족, 계속되는 장시간 노동은 미주신경 활성화(긴장도)를 떨어뜨려 더욱 녹다운하게 만든다. 미주신경을 자극해 느긋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주신경 활성화(자극)법

■ 심호흡
■ 포옹
■ 노래 부르기
■ 콧노래 부르기
■ 차가운 물속에 얼굴 담그고 오래 버티기
■ 운동 (달리기, 수영, 줄넘기 등)
■ 춤추기
■ 친절 베풀기 

          - 수키 & 엘리자베스 노보그라츠 저 ‘숨쉬기보다 쉬운 명상 가이드북’ 에서-